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 진행된 9세 여자 어린이의 호화 결혼식이 아동 학대 의심 신고로 중도에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현지시간 2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약 100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꼬마 신부는 화려한 웨딩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신고 있던 하이힐이 너무 높아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혼식은 진짜 결혼식이 아니었습니다.
신부 차림을 한 여자 어린이의 어머니가 ‘공주에게 어울리는 하루’를 딸에게 선사하고 싶어 마련한 이벤트였습니다.
자리를 채운 하객들은 모두 돈을 받고 동원된 엑스트라였습니다.
이날 결혼식은 영상으로 촬영돼 소셜 미디어에 올릴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 이벤트를 위해 몇 주 전에 파리 디즈니랜드를 예약했는데, 임대 비용이 13만 유로(약 2억 1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 ‘사건’은 1만 2천 유로(약 1,900만 원)를 받고 신부 아버지 역할을 맡은 라트비아 출신 남성(55)이 신부가 어린이라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디즈니랜드 측에 신고하면서 표면화됐습니다.
현장을 확인한 디즈니랜드 측은 결혼식을 중단시킨 데 이어 불법적인 아동 결혼이나 아동 학대 또는 착취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꼬마 신부의 어머니(41)와 신부 언니 역할을 맡은 라트비아 여성(24), 신고자이자 신부 아버지 역을 맡은 남성, 그리고 신랑 역할을 맡고 이번 행사 준비를 총괄한 남성 등 4명을 일단 체포했습니다.
당국은 조사 후 아동 학대 등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체포됐던 4명 중 꼬마 신부의 어머니와 신고자 등 2명은 무혐의로 석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꼬마 신부의 신체 상태에 대한 검진도 이뤄졌습니다.
다만 신부 언니와 신랑 역할을 맡은 2명은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마치 이번 행사가 진짜 결혼식인 것처럼 디즈니랜드 측을 속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꼬마 신부와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프랑스 거주자나 체류자가 아니라고 수사 당국은 밝혔습니다.
이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프랑스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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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