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오늘(25일) 보도했습니다.
소식통들을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브라질 정부에 시 주석이 다른 일정과 겹쳐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신 참석한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는 다음 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립니다.
시 주석이 브라질을 방문하지 않을 경우 그의 집권 후 첫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 사례가 됩니다.
시 주석은 2023년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연설을 돌연 취소하기는 했지만, 행사 자체에는 참석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유행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러시아와 중국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화상으로 연설했습니다.
중국 측은 불참 이유로 시 주석이 최근 1년도 안 된 기간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두 차례나 만난 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국빈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포럼에서 룰라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룰라 대통령이 중국과 오랜 앙숙 관계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국빈 만찬에 초대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SMCP는 전했습니다.
시 주석이 이 행사의 ‘조연’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달 룰라 대통령이 직접 중국-CELAC 포럼에 참석할 정도로 시 주석의 브릭스 정상회의 ‘출석’에 공을 들였던 브라질 정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며 국제 규칙을 어긴 상황을 들어 시 주석의 참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참석 여부에 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브라질은 모두 세계적인 대국이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대표적 역량”이라며 “중국은 브라질이 올해 브릭스 의장국을 맡아 대(大) 브릭스 협력을 함께 추동하고 새로운 성과를 끊임없이 얻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상황에 관해 우리는 적시에 소식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딴 모임으로 출범한 브릭스는 2011년 남아공과 지난해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를 회원국으로 영입하며 세를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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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