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의대 기숙사 건물로 추락해 270명이 사망할 당시, 참사를 가까스로 피한 인턴 의사와 의대생들이 곧바로 부상자 치료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현지시간 17일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시 38분쯤 인턴 의사인 나빈 차우드하리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국립 B.J 의대 기숙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폭발음이 귓등을 때렸고, 뒤를 돌아보자 시뻘건 불길이 식당을 집어삼키려고 했습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 국제공항에서 영국 런던 개트윅 국제공항을 향해 이륙한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30초 만에 의대 기숙사 건물로 추락한 직후였습니다.
식당 창문으로 뛰어내려 가까스로 탈출한 차우드하리의 눈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악몽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파손된 기숙사 건물에 여객기 꼬리 부분이 걸쳐 있었고, 주변은 검게 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차우드하리는 “불길이 치솟고 부상자도 많았다”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는 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갔고, 들것에 실려 온 화상 환자들을 돌보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차우드하리는 “의사로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나는 안전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의대생인 악셰이 잘라도 “지진 같았다”며 여객기가 추락한 직후 끔찍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는 “두꺼운 연기와 먼지가 모든 걸 덮쳐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며 “숨쉬기조차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연기 숲을 헤쳐 나온 악셰이는 상처가 난 왼쪽 다리에 붕대를 감은 뒤 곧바로 의대 외상센터로 달려가 다른 부상자들을 치료했습니다
당시 생존한 인턴 의사와 의대생들이 사고 현장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돕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AP는 전했습니다.
B.J 의대 학장 미낙시 파리크는 “그날 잔해에서 동료들을 구한 의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려고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며 “그들은 그렇게 했고, 그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인간 본성이 아니겠느냐”며 “우리 동료들이 다쳤을 때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은 다시 들어가 (잔해 속에서)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생존한 인턴 의사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유전자 정보(DNA) 검사로 희생자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도 맡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희생자 47명의 유해가 유가족에게 인계됐으며 추가로 92명의 신원도 DNA 분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지난 12일 발생한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최소 270명입니다.
여객기 탑승자 242명 가운데 생존자는 인도 출신 영국인 1명뿐이며 나머지 사망자는 지상 기숙사 건물에 있던 의대생과 그의 가족 등입니다.
이번 사고는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세계 최악의 항공기 참사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습니다.
인도 당국은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의 음성 기록과 비행 데이터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와 잔해 등을 토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참사 #에어인디아 #여객기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