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현지시간 8일 콘클라베가 이틀째 진행되는 시점에서도 거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직전까지도 ‘당선권’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다가 선출됐듯이 레오 14세 새 교황도 ‘깜짝’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그동안 유력 후보로 부각됐던 인물은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과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 마테오 주피(이탈리아) 추기경 등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잇는다는 연속성 측면에서, 타글레 추기경은 첫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거명됐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폴리마켓, 칼시, 벳페어 등 3개 업체의 베팅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콘클라베 직전인 7일 오전 기준으로 파롤린(27%), 타글레(21%), 주피(10%)·피에르 바티스타 피자발라(이탈리아·10%) 추기경의 순으로 선출 확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 교황 선출 직전인 8일 오후에는 파롤린 추기경이 선출될 확률이 52%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의 이름은 10위권에 들지도 못했습니다.
피터 턱슨(가나), 페테르 에르되(헝가리), 장 마르크 아벨린(프랑스), 로베르 사라(기니), 마리오 그레크(몰타), 프리돌린 암봉고(콩고민주공화국) 등 여러 추기경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교황이 되기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데다 미국 출신이라는 점이 예상 후보군에서 배제된 요인으로 추측됩니다.
새 교황의 형인 존 프레보스트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콘클라베 직전 전화 통화를 했다며 “‘네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하자, 동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빠르게 추기경들의 지지를 끌어모을 만한 ‘다크호스’였다는 뒤늦은 진단도 나옵니다.
BBC 방송은 “이름이 아주 최근에야 등장하기는 했지만, 프레보스트 추기경과 같은 인물이 선출된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분열된 교회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개혁을 추진해 보수파의 반발을 샀고, 동시에 진보파로부터는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BBC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후보자로 여겨졌다”라며 “단 4차례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됐다는 것은 추기경들이 그 평가에 동의했다는 뜻”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이전 콘클라베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5차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4차례 만에 선출됐습니다.
미국인이지만 페루에서 오랜 세월 사목했고,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수장을 거쳐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으면서 교회에서 인맥을 넓혔다는 점도 빠르게 지지표를 모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이드 더 바티칸’ 저자인 미국의 토머스 리스 신부는 텔레그래프에 “라틴아메리카 추기경들이 단결해 그를 밀었을 것”이라며 “그는 단순히 미국인이 아니라 모든 아메리카 대륙의 교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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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