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봉변’을 당했지만, 고국에서는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2일 미국 CNN 방송은 남아공 현지 방송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한 사용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편견과 거짓말에 맞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며 “오늘 당신은 리더였다. 싸우는 게 아니라 건설적인 일을 위해 (그곳에) 갔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핵심 중재역을 한 인물로,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197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에 투신할 당시 독방에 수감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출신 언론인 밀턴 은코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대통령이, 독방에 갇히고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해 협상한 사람에게 남아공에서 백인 학살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달리 무슨 방도가 있었겠나”라며 라마포사 대통령의 대응을 옹호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백인 학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분노도 거센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십 년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거쳐온 남아공인들을 향해 되레 백인들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과거 상처를 덧나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습 공격’을 당한 뒤에도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풀었다고 합니다.
미국 NPR 방송에 따르면 그는 “많은 남아공인이 우리가 ‘Z의 순간’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겠지만” 이후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에 앞서 비슷한 봉변을 당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성 첫 알파벳 ‘Z’로 해당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 그가 동행한 남아공 기자단에 “드라마를 기대했을 텐데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한 기자는 “대통령이 말하는 ‘드라마’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드라마틱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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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