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故) 김인혁 선수와 고(故) BJ 잼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생전 악성댓글과 루머로 고통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렉카의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의혹 제기는 그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렉카(Cyber-wrecker)는 교통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와 사건·사고를 정리하는 견인차(wrecker)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이를 정리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이들은 막대한 조회 수에서 나오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어떤 사람·일이든 달려들어 악성 루머를 생산해 내고 있다. 또한 성별,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사이버렉카가 존재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실 확인 없이 퍼트리는 의혹과 루머들을 사이버렉카는 그럴듯하게 정돈해 재생산한다. 역으로 사이버렉카가 생산한 콘텐츠를 커뮤니티에서 소비하며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사이버렉카는 혐오와 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 커뮤니티들과 구조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는 명예훼손과 모욕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유통될 수 있게 방치하였으며, 신고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7일 현재 유튜브 검색창에 고(故) 김인혁 선수, 고(故) BJ 잼미를 검색하면 여전히 자극적인 영상이 쏟아진다. 사이버렉카의 무분별한 비방적 유해 콘텐츠 생산에 대해 주요 플랫폼인 유튜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비영어권 콘텐츠의 유해성 심의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지적받았다. 이제는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의 신고 후 진행되는 내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알릴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신고가 콘텐츠와 채널 삭제로 이어지는 것인지, 삭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타당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감시 역할을 존중하고 이를 활용하여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연예 전문 매체들‘유사 언론’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은 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사이버렉카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며, 사이버렉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왔다. 사이버렉카의 영상을 보지 못했던 이들도 이 매체들의 기사를 통해 각종 논란과 루머를 접할 수 있었다. ‘언론’의 탈을 쓰고 있음에도 그저 받아쓰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취재 없이 기사를 생산해 온 이들에게도 죽음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사이버렉카가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며 사이버불링을 야기한 것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기성언론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커뮤니티, 유튜브, 언론이 함께 만들어낸 사이버렉카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잇달아 두 사람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의 비보가 들리지 않도록 사이버렉카를 규제하는 것이다. 유튜브는 사이버렉카의 방치를 멈추고, 언론은 사이버렉카 받아쓰는 것을 멈춰 그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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