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의 방공망 아이언돔 가동[AP 연합뉴스][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현지시간 13일 새벽 이란 핵시설 수십 곳을 선제 타격하면서, 미국의 핵 협상이 사실상 기습 공격을 은폐하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외교적 해법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15일 열릴 6차 핵 협상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이란을 방심케 했고 그 틈을 타 이스라엘이 허를 찌르는 기습을 단행할 길을 열어줬다는 것입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6차 핵 협상 결과를 보고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회담 이틀 전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할 수 있다는 전망은 몇 달 전부터 제기돼왔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만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이스라엘이 공격 준비를 마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협상 결렬 우려에 중동지역 대사관 인력들을 철수하면서도 미국은 6차 협상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전까지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에 전념하겠다”고 썼습니다.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언론 질문에 “이란과 합의에 상당히 근접해있다”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원치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6차 핵 협상은 그대로 열릴 것이고, 이스라엘이 그 결과를 보고나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휴가 계획까지 밝히면서 이 관측은 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회담 이틀 전 전격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중동문제 전문가 데니스 로스는 “(중동특사)위트코프의 임무가 이번 기습 공격에 기여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란은 협상이 진행 중이고 회담이 곧 열리려는 시점에는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공습 직후 즉각 자신들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황상 이번 작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하에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폭스뉴스에 이스라엘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고, 이란의 비타협적 태도 때문에 공격이 일어났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또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핵 협상 시작 전 60일간의 합의 시한을 제시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오늘이(13일) 61일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동 전문가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백악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심각하게 반대했다는 징후는 없다며 이스라엘이 그럴듯한 거부를 가장한 승인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SJ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핵시설과 이란 군 지도부에도 타격을 주려면 기습 작전이 필요했고, 6차 회담 전이 가장 이상적인 시점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WSJ은 이란 핵 시설이 일부 타격은 입었을 수는 있지만, 지하에 분산돼있는 만큼 피해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후 이란이 은밀하게 핵 개발에 나서는 빌미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 이란이 미군 기지 등에 보복 공격에 나선다면 중동 지역에 전면전이 발생하고 미국도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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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흠(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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