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에서 병가(휴직)를 낸 공무원이 해외여행을 가거나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감사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현지 매체들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칠레 감사원은 2023~2024년 중앙·지방정부 및 공공기관 복무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777개 부처·기관 등에 소속된 2만 5천 명 이상의 공무원이 병가를 부정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 사례, 민간기업에서 근무한 사례, 외국에서 자신의 창업 기업을 모니터한 사례 등입니다.
도로시 페레스 구티에레스 감사원장은 “연루된 공무원 규모가 2만 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처럼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내부 시스템과 기술력을 동원해 감사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상원 동의를 거쳐 임명된 페레스 감사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여성으로서는 칠레 최초로 감사기구 수장에 오른 인물입니다.
칠레 언론에서 ‘병가 스캔들’이라고 명명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비위 공무원 1,100여 명은 불과 며칠 사이에 사직했다고 일간 라테르세라가 전했습니다.
사직자 중에는 판사와 정부 부처 차관보급 고위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병가 문제와는 무관하지만, 약간의 가능성 때문에” 직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11월 대선에서 집권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병가 증빙 서류의 69%가 공공의료시스템인 국민건강보험기금 관련 기관에서 발급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경우에 따라 집권당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연임 금지(중임 가능) 규정에 따라 내년 3월에 4년 임기를 마치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중앙정부에서 병가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모든 사람은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며, 여기에 예외는 없다”면서 엄벌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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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