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정책이 촉발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위 사태의 이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차기 잠룡’ 간 불꽃 튀는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을 제소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를 체포 대상으로 깎아내렸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현지시간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주방위군까지 동원된 강경 진압 기조 속에 시위가 격화한 상황에 대해 “이는 정확히 도널드 트럼프가 원했던 것”이라며 “그는 사태를 격화하고, 불법적으로 주방위군을 연방 차원에서 동원하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주방위군에 대한 통제 권한이 국가적 반란과 같은 중대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지사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지사인 자신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방위군 동원을 명령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뉴섬 주지사는 “그가 서명한 명령은 캘리포니아주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가만히 있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주에서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곧바로 맞대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 문제 총괄 담당자인 톰 호먼이 불법 이민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주지사와 카렌 배스 LA시장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질문받자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체포)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은 형편없이 일했다”며 “나는 개빈 뉴섬을 좋아하고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철저히 무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캘리포니아에서의 폭력적이고, 선동된 폭동에 대처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파견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LA는 완전히 파괴됐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사태 개입 전까지 시위가 평화적이었다는 뉴섬 주지사 등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 간 갈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와, 그에 맞선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의 저항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LA 시위대를 사실상 폭도로 규정한 채 주방위군 배치를 결정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한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충돌에서 정치적 기회를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공고한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핵심 국정 어젠다인 불법 이민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번 LA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된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다”며 “한쪽은 법 집행과 미국인 보호를 지지하고, 다른 한쪽은 범법자를 보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에 대해 “침략”, “점령” 등의 격한 표현을 쓰고, 시위 참가자를 “폭력적인 반역 폭도” 등으로 칭하는가 하면 유관 각료들에게 “이민자의 침략에서 LA를 해방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국정 어젠다를 지속 추진하는 동력을 확보하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민주당의 아성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뉴섬 주지사를 견제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 셈입니다.
뉴섬 주지사 입장에서도 지난해 대선 이후 민주당이 반트럼프 여론을 규합하는 데 실패하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 반트럼프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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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