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오른쪽)와 하산 호메이니(왼쪽)[EPA 연합뉴스 자료사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과의 충돌 여파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후계 구도가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시간 23일 보도했습니다.
하메네이는 86세의 고령에 건강 문제가 있는 데다 이번 이스라엘과의 전쟁 와중에 미국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로이터가 접촉한 5명의 이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파 하메네이(56)가 후보군에 포함된 가운데 하산 호메이니(53)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하산 호메이니는 1979년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혁명의 아버지’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입니다.
그는 사회·정치 규제를 완화하자는 개혁파 성향으로, 대내외적으로 온건 노선을 주장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조부의 후광 덕에 이란의 최고 권력을 뒷받침하는 두 축인 고위 성직자 그룹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즈타파 하메네이는 이란의 종교 중심지 곰시(市)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중급 성직자입니다.
공식 직책을 맡은 적은 없지만, 부친의 배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비선 실세’이자,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평소 부자 세습에 반대해 왔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이 과거 왕조 시절의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 선출기구인 ‘전문가 그룹'(국가지도자운영회의)은 애초 모즈타파 하메네이를 후보군에서 배제했지만, 최근 들어 정권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담보할 인물로 거명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고위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선정하지만, 사실상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의중이 결정적입니다.
그는 아직 후계 구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이란 안팎에선 하산 호메이니가 후계 경쟁 구도에서 더 앞선 것으로 분석한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의 분쟁, 그리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비롯된 이란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하산 호메이니가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영국의 이란 정치 분석가 후세인 라삼은 “이란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만큼, 이슬람 공화국이 존속하더라도 매우 다른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하산 호메이니가 이란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지도자상에 적합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내부에서는 오랜 경제 제재와 서방과의 갈등에 따른 빈곤과 결핍, 국민에 대한 억압과 통제 등으로 불만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부친의 강경노선을 이어갈 모즈타파 하메네이보다는 이란을 ‘덜 위험하게’ 만들 하산 호메이니가 대중 소구력을 지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하산 호메이니는 미국의 공습 직전인 지난 21일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개 지지 메시지를 통해 “이 이란 국민의 작고 보잘것없는 하인은 당신께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어떤 전선이나 상황에도 자랑스럽게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다시 한번 겸허히 밝힌다”라고 몸을 한껏 낮췄습니다.
하산 호메이니와 모즈타파 하메네이를 제외하면 잠재적 후보군은 대부분 사망했거나 경쟁 구도에서 밀려난 상태입니다.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2017년에,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2024년에 각각 사망했습니다.
전문가 회의 구성원인 아야톨라 알리레자 아라피도 후보로 꼽히지만, 이들 두 명보다 뒤처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메네이가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깜짝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슬람 혁명 직후 대통령을 지낸 하메네이 자신도 당시 유력한 후보군에 들지 못했지만, 민중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발판 삼아 권력의 정점에 올랐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자신이 암살될 경우에 대비해 후계자 후보 3명을 지명했다고 지난 21일 익명의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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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