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나선 표면적 계기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여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당국이 엇갈린 판단을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제조가 임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전격 감행했으나, 미국 정보당국은 이런 판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직접적인 개입을 검토하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정보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현지시간 17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염두에 둔 기폭장치 관련 실험을 재개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란을 공습했으며, 사전에 미국 정보당국에도 해당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포착한 기폭장치 실험은 핵탄두가 폭발하는 데 필수적인 ‘다중 점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핵무기의 핵심 기술이며, 고농축 우라늄만 확보되면 곧바로 핵폭탄 제조가 가능합니다.
앞서 이란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데는 1~2주일이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습 사흘 뒤인 지난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공유한 이스라엘의 정보력이 “절대적으로 명확했다”라며 “몇 달 내에 시험용 및 초기 (핵무기) 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확실히 1년 이내에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우리는 9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발견했다”며 이란 공습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의 정보를 전달받은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 제조를 결정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온도차를 보인 이유 중 하나”라고 WSJ은 논평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그가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라고 발언했습니다.
개버드 국장은 다만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승인할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보는 이스라엘 측의 평가에 힘을 싣는 듯한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한 뒤 전용기로 귀국하는 도중 취재진이 개버드 국장의 의회 증언을 거론하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가까이 왔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녀가 말한 것은 상관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그것(이란 핵무기 개발)이 곧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상관없다”라고 일축하면서 개버드 국장은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끔 정치적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재진과의 문답 동영상을 올리면서 “DNI는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라고 적었습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버드 국장과의 상반된 태도는 집권 1기 때 정보기관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자신의 정책을 약화하는 ‘딥 스테이트'(비밀리에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공무원 집단) 일원으로 간주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 산하 국방 소위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를 찾은 자리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에 있다”라며 자신의 의회 증언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개버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3월 의회에서 발표한 ‘연간 위협 평가’에서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뒤 “불행하게도 언론의 너무 많은 사람이 내가 말한 내용을 실제로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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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