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서부, 조용한 주택가 끝자락에 자리한 홀스웰 도서관(Halswell Library). 처음 이 건물을 마주한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도서관의 이미지, 곧고 반듯한 직선의 권위는 이곳에 없다. 유려한 곡선과 경쾌한 기울기, 그리고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열린 창문들은 마치 거대한 종이 한 장이 접히며 만든 입체 조형처럼 느껴졌다. 걷다 보면 벽도, 천장도 일률적이지 않다. 눈앞의 모든 것이 약간씩 기울어 있고, 그 기울기에서 빛은 다른 각도로 쏟아진다.바로 이 ‘기울기’야말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