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가톨릭계 보수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현지시간 30일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2019년 영상이 콘클라베를 앞두고 SNS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교계 안팎에선 이 영상의 재등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타글레 추기경을 겨냥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캐나다 보수 가톨릭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인가? 이 곡은 종교, 천국, 그리스도의 왕권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찬가”라고 주장했습니다.
반(反)낙태, 정통 교리 수호, 프란치스코 교황 비판에 앞장선 이 매체가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이 곡의 가사 중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부분입니다.
‘반기독교적’ 가사를 부른 것 자체가 교황 후보 자격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타글레 추기경은 문제가 된 그 가사를 아예 부르지 않았고, 전체 공연을 보면 몇몇 가사가 의도적으로 생략됐음을 알 수 있다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가수 잔니 모란디도 1996년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이매진’을 불렀을 때 반종교적 가사는 수정해서 불렀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와 겸손함, 진보적인 성향을 닮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고 불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계승한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해 정통 보수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는데, 타글레 추기경 역시 교회가 과거에 동성애자, 이혼한 이들, 미혼모들에게 보인 ‘가혹한’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가톨릭계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경과 교리를 반복적으로 위반해왔다며 다가올 콘클라베를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수파 교황 후보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뮬러(독일) 추기경은 최근 영국 더타임스에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교회가 두 갈래로 쪼개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오는 7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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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흠([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