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8월, 30대 초반의 항해사 김장열은 인천항을 떠나 태국으로 향했다. 당시 그는 태국이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의 일이다. 1957년생인 김장열 전 태국한인회장은 그 시간을 “2세대쯤 된다”고 표현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 징용돼 콰이강의 다리 수용소 소장과 군속 등으로 일했던 이들이 1세대라면, 그는 그다음 세대인 셈이다. 그의 인생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태국 속 한인 사회의 축소판이자 살아있는 역사다.해양에서 배운 신뢰, 육지에서 꽃 피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