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단속에 항의하며 시작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요 사태는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입니다.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사는 LA 한인타운은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로스앤젤레스 현지를 정호윤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 기자 ]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의류 수선점을 운영해 온 정옥화씨, LA 시위가 확산하면서 불안감에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정옥화/LA 교민> “가게 문을 열어놓고 일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쳐다보고 그래요. 그러니까 문을 잠가놓고 일하는거에요.”
점심 시간이 됐지만 LA 한인타운의 중심가엔 인적이 드뭅니다.
택시기사는 일주일 전에 비해 차량 통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K-POP으로 상징되는 K문화가 인기를 끌며 분주했던 발길이 며칠 새 뚝 끊긴 겁니다.
<정호윤 특파원> “제가 두 시간 가까이 이곳 한인타운에 있었는데요. 많은 상점들을 들어가 봤지만 손님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영주권이 있어도 언제든 추방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LA 한인 사회는 일순간 흉흉해졌습니다.
<주디 신/LA 교민> “일단 길에 사람들이 없고 불안한 느낌에 언제 어디서 잡혀갈지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있어서 이제 일들을 안 나오고 그런 게 좀 있지…”
<김지은/LA 시청 공보실 대변인> “지금 폭동을 두려워 하시고 건물 상점 약탈 등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런 것도 저희가 세세하게 한인 커뮤니티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서 계속 소통할 예정입니다.”
코리아타운을 떠나 시위대가 밀집한 도심 중심가를 찾았습니다.
20분 남짓 차를 타고 도착한 LA 시청 앞에는 낮부터 시위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축제를 즐기는 듯한 모습에 경찰도 특별한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니 노만/집회 참가자> “물론 이곳엔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제가 말했듯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들은 여기 나올 수조차 없어요. 추방당할까 두려워서요. 하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 되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민당국에 체포된 이들이 있는 수용시설 앞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고 구금자들을 석방하라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리베카 베이커/집회 참가자> “국경은 없고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서로가 필요하고 어디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열등하게 느끼게 해서는 안 됩니다.”
눈 앞에서 대치한 경찰과 시위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주변은 온통 공포탄 소리와 최루탄 가스로 뒤덮였습니다.
백악관이 단속 건수를 강조하면서 무리한 단속과 체포가 빈발한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었습니다.
지금 이곳은 오후 7시, 통행금지를 한 시간 앞두고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격화되면서 긴장감이 치솟고 있습니다.
오후 8시, 통행금지가 시작되면서 연방 청사와 시청, 구금시설에 모여있던 이들이 서둘러 떠나고 도심은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습니다.
지난 주말 같은 불법 시위대의 습격과 약탈이 반복될까,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LA 중심가는 유령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스티브 강/LA한인회 이사장> “관광객들이 LA로 오시는데 이런 뉴스를 접하고 그런 것을 많이 취소하고 또는 밤에는 거리에 안 나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경제적인 악화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LA시는 집회가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 도심 중심가의 야간 통행금지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어 보입니다.
천사의 도시 LA는 아직 혼돈의 터널 안에 갇혀 있습니다.
트럼프 이민정책에 반발하는 시위의 물결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연합뉴스TV 정호윤입니다.
[영상취재 이현경]
[영상편집 최윤정]
[글로벌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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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ikar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