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투입한 가운데,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섬광탄이 연이어 발사됐고,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시위진압용 비살상탄에 맞아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시위대는 한때 현지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군 병력이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LA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수개월간 폭력시위가 이어진 적이 있는데, 이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현지시간 8일 외신과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당국은 이날 오전 LA 주요 지역 3곳에 주방위군 300명이 배치됐습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나와 주방위군 투입과 관련해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 수행을 위한 안전을 제공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2020년 일어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가 내란은 아니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투입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LA 지역에 내란법을 발동할 준비가 됐냐’는 질문에 “그건 내란의 발생 여부에 달려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내란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그냥 넘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군대를 민간 정부의 법 집행에 동원해서는 안 되지만, 내란법은 내란 등 법에 명시된 특정 조건에 한해 대통령에게 군대를 국내에서 동원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우리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우리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LA 시위와 관련해 군 당국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LA 시위 진압을 위한 군대 동원은 그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 22명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에 대해 “걱정스러운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주지사들은 자기 주방위군의 군 통수권자이며, 연방 정부가 주지사와 협의나 협력 없이 주방위군을 주의 경계 안에서 가동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고 위험하다”라고 지적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에 반대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LA 시위가 군대를 동원할 만큼 격렬하거나 치안이 위태롭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치적 동지이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와의 결별, 과격하고 논쟁적인 정책에 따른 지지층 이탈 등으로 흔들리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지적입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치유하거나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그는 상황을 악화하고 분열을 부추기려고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주방위군 투입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는 조치”라며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더 많은 단속과 더 큰 통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혼란을 바라고 있다”라며 시위대를 향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절대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 평화를 유지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LA 시위는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다운타운의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매장을 급습해 이들 지역에서 일하는 불법 이민자 44명을 체포·구금하면서 촉발됐습니다.
ICE의 단속 현장을 비롯해 불법 이민자들이 구금된 연방 구금센터 주변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패러마운트 지역 등에서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습니다.
시위는 7일에도 이틀째 이어졌고 거리 곳곳에서 나무와 쓰레기 등이 불에 타 연기가 솟구쳤으며, 시위대가 국경순찰대 차량을 발로 차는 등 과격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국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에도 LA시 남쪽 콤프턴 지역에서는 소규모 시위대와 당국 요원들의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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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