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번화가 하수구서 기어 나온 노숙자…정부 지원 받아[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필리핀 마닐라 번화가의 대로의 하수구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여성 노숙자가 정부 당국의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31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닐라의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의 큰 길가 하수구에서 여성이 기어나오는 모습이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포착됐습니다.
블라우스와 청 반바지 차림의 이 여성은 주변 행인 등이 놀라서 지켜보는 가운데, 어디론가 달려서 사라졌다고 이 작가는 전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우물 속에서 기어나오는 공포영화 ‘링’의 귀신 사다코 등과 같다는 반응이 나왔고,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이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천400명 이상의 ‘좋아요’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이 마닐라 인구 1천400만여명 가운데 무려 300만명 이상을 차지하는 노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사진이 화제가 되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정부 당국에 지시했고, 사회복지 당국은 마닐라 빈민가에서 여성을 찾아냈습니다.
‘로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쓰레기를 수거, 판매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당시 배수구에 빠트린 커터칼을 찾기 위해 하수구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 장관은 지난 29일 로즈를 직접 만나 그가 동네에서 잡화점을 열 수 있도록 8만 필리핀 페소, 우리 돈으로 약 2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로즈의 배우자가 용접 기술이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노숙하고 있다면서, 일자리를 찾도록 돕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일회성 도움이 노숙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이것은 온 지역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고, 다른 네티즌은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 돈을 주면 그냥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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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은(fairy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