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에 대한 살인 혐의 재판을 담당해온 아르헨티나의 법관이 이 사건을 다룬 비밀 다큐멘터리에 배우처럼 출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진행된 재판이 무효화됐습니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마라도나 사건 재판부에 속해 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산이시드로 형사법원의 훌리에타 마킨타시(57) 판사에 대해 90일간 휴직 명령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현지시간 29일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또 아르헨티나 법원은 마킨타시 재판부에서 진행한 공판을 무효화하고 모든 심리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뇌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회복하던 중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으로 60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당시 마라도나를 집에서 치료하던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관련자 중 7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공판은 지난 3월 시작됐는데, 마킨타시 판사는 이 기간 몰래 마라도나 사망 사건 재판 전반을 다룬 영상 다큐멘터리 ‘신성한 정의'(Justicia divina)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예고편처럼 편집한 1분여 분량의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영상에는 마킨타시 판사가 법원 내부로 보이는 건물을 배우처럼 이동하면서 사무실 책상 너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검찰과 피고인, 마라도나 유족 등은 일제히 마킨타시 판사의 품위 유지 위반과 공정성 훼손을 지적하며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또 “재판을 리얼리티쇼로 전락시켰다”며 법관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도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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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