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이 베트남에 대규모 리조트 단지를 지으면서 베트남 정부로부터 법적 절차를 건너뛰어 초고속으로 인허가를 받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 25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21일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 흥옌성에서 착공식을 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흥옌’ 리조트 단지는 약 10㎢의 부지에 18홀 골프장 3개와 5성급 호텔, 고급 주거단지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초대형 시설로, 약 15억달러(약 2조5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됩니다.
사업 주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낀박시티(KBC) 컨소시엄으로, 지난 2월 초기 사업 계획을 당국에 제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인허가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면 통상 2∼4년의 인허가 기간을 소요로 하는 관행에 비춰보면 행정 절차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신속합니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46% 초고율 상호관세 표적이 된 베트남 정부가 부지 확보, 자금 조달, 환경 영향 검토 등과 관련해 베트남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 약 6단계의 절차를 마치지 않고 착공하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건설 인허가를 위한 첫 절차인 각 지역 단위의 독립적인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개 의견 수렴 절차와 도시계획 관련 법규의 적용도 건너뛰는 전례 없는 초법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NYT가 입수한 흥옌성 인민위원회 위원장 쩐 꾸옥 반 명의의 3월 20일 자 공문은 이 사업이 “트럼프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베트남 정부 고위층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
공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베트남 방문 일정에 맞춰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달라고 촉구했으며, 베트남 중앙정부는 이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지난 15일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트럼프 리조트를 위해 자국법을 무시하고 베트남의 실력자들조차 누리기 어려운 양보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조트 부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주민 레 반 쯔엉(54)은 리조트 건설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지역 관리들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했습니다.
쯔엉은 “그들은 호텔, 골프장, 수영장을 갖게 될 것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수백명은 지난달 초 열린 마을회의 자리에서 당국자로부터 토지 보상비를 리조트 계획 발표 이전의 절반 정도밖에 못 준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착공식 당일 행사장 주변에 몰려든 현지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거리를 둔 채 행사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주민들을 의식한 듯 착공식 연설에서 “주민들이 이전보다 더 나은 새로운 생계 수단과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방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베트남 관리들은 리조트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베트남의 ‘호의’의 상징이 돼 양국을 더 긴밀하게 연결해 주기를 바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NYT는 흥옌성 리조트와 경제 중심지 남부 호찌민시의 ‘트럼프 타워’ 빌딩 건설 계획 같은 세계적인 돈벌이 사업으로 트럼프 가문은 더 부유해지고 있지만, 미국과 각국의 관계도 왜곡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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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