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 메넨데스(왼쪽)와 에릭 메넨데스(오른쪽) 형제[캘리포니아교정재활국(California Department of Corrections and Rehabilitation)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캘리포니아교정재활국(California Department of Corrections and Rehabilitation)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1989년 미국에서 친부모를 총으로 쏴 살해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가 오랜 감옥 생활 끝에 자유의 몸이 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3일 AP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 마이클 제시크 판사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35년여간 복역 중인 라일 메넨데스(57)와 에릭 메넨데스(54) 형제의 재심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서 ’50년 이상 종신형’으로 감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가석방 자격을 얻게 됐고, 가석방 여부는 캘리포니아주 가석방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제시크 판사는 “그들이 석방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지난 35년간 그들이 충분히 복역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형제의 한 사촌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부모) 양쪽 가족들 모두 35년이 충분하다고 믿는다”며 “우리 가족은 그들을 보편적으로 용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촌도 형제들이 범행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1천배나 달라졌다”고 전하며 “석방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넨데스 형제는 21세, 18세 때 산탄총을 구입한 뒤 LA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부모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배심원단 재판에서 유죄 평결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숨진 호세 메넨데스는 RCA 레코드사 등의 고위 임원을 지낸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이었고, 형제가 함께 친부모를 살해했다는 기소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메넨데스 형제는 범행 자체는 인정했지만, 아버지가 수년간 자기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가 자기들을 살해할까 봐 두려워서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아버지 호세가 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으며, 형제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범행한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은 1996년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도 여러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등을 통해 다뤄졌으며, 특히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괴물: 메넨데스 형제 이야기’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다시 대중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 2023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라틴계 보이그룹 메누도의 전 멤버 로이 로셀로가 자신이 10대였을 때 레코드사 임원이었던 호세 메넨데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내용도 메넨데스 형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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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leess@yna.co.kr)